두류산 새인간
두류산 어떤 절에 한 승려가 살았다. 겨울이면 부엌 아궁이에 불을 피워 두는데, 매일 밤 누군가가 아궁이 속을 헤집어 불을 꺼뜨려 놓았다. 승려는 자물쇠를 고치고 불을 피운 뒤 몰래 숨어서 엿보기로 했다.
밤이 깊어지자 무언가가 날아왔는데, 크기는 사람만 한 것이 지붕 귀퉁에서 날아 내려와 부엌 아궁이 앞에 앉아 불을 헤집어 쬐는 것이었다. 승려가 뛰어 들어갔으나 순식간에 비행해서 날아가 버려 잡지 못했다.
얼마 뒤, 승려는 들어오기는 쉬우나 나가기는 어렵도록 지붕에 그물을 쳐 놓고는 몸을 숨긴 채 다시 망을 보았다. 과연 그것은 다시 부엌으로 날아 들어왔다. 승려가 뛰어 들어가자 그것은 날아 올랐으나 그물에 가로막혀 나가지 못하고 사로잡혔다. 승려가 가만히 살펴보니 얼굴과 눈, 팔다리는 모두 사람과 같았으나 온몸이 긴 털로 덮여 있었다.
승려가 물었다.
"사람이오? 신선이오? 어찌하여 이곳에 왔소?"
그자는 혀를 움직여 뭐라 말하려 했으나 새 우는 소리만 날 뿐 사람의 말이 아니었다. 며칠이 지난 뒤 승려는 그자를 놓아주었다. 그러자 그는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 버렸다.
옛날 중국 수나라 장수 장손성이 여산에서 사냥을 할 때 온몸에 털이 난 여인을 만났는데, 여인은 이 나무 꼭대기에서 저 나무 꼭대기를 날아 다니며 새처럼 살고 있었다. 그물을 쳐 사로잡아서는 어디 사람이냐고 물으니, 여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진시황의 궁녀입니다. 항우가 함곡관으로 침입하던 날, 도망와 이 산속에 숨었습니다. 오랜 시간 굶주림을 견디며 솔잎을 씹어 먹었더니 세월이 지나도 죽지를 않습니다." 수나라는 진나라로부터 천년 이상 지난 시대다. 그러니 두류산 승려가 만난 자 또한 수나라의 그 털여인과 같은 부류가 아니겠는가.
-순오지
'♬.My 사진작품실.♬ > --◈나의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동화속 (0) | 2018.01.05 |
---|---|
설경 (0) | 2018.01.05 |
아미 비석문화마을 (0) | 2017.12.18 |
감천문화마을 (0) | 2017.12.18 |
민주공원의 늦가을 풍경 (0) | 2017.1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