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우리에게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넌 네 엄마를 닮아서 머리가 좋아.
넌 네 엄마를 닮아서 다리가 예뻐.
넌 네 엄마를 닮아서 알뜰해.
엄마 닮아 이가 가지런하구나.
엄마가 알뜰한 건 사실이지만 솔직히 탁월한 두뇌를 가지셨다거나 모델의 다리를 소유하셨다는 근거는 없다.
하지만 우리 딸들은 아버지 덕분에 뇌리 속에 엄마는 똑똑하고 다리가 예쁘시다는 명제를 품고 살았다. 아이
들을 키우다 보니 엄마가 참 행복하셨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내 자식에게서 조금이라도 예쁜 점이 보이면
그래, 네 엄마 덕분이야, 하고 말해 주는 자상한 남편이 있었으니까.
이틀 전, 돋움별님 방에 쓰여져 있던 글의 일부이다. 평소 참 훌륭하고 좋은 엄마구나, 하는 생각을 해왔었는
데 이글을 읽고 보니 그의 근간을 이룬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런 남편과 사는 엄마만 행복했겠
는가. 존중하고 우러를 수 있는 엄마를 두었으니 그 그늘에서 자라는 자녀들은 또 얼마나 행복했을까.
"우리 집사람은 생각하는 것이 답답해요."
"우리 집사람은 너무 아는 게 없어요."
"우리 집사람은 나와는 너무 안맞아요."
틈만 나면 아내를 타박하는 사람이 있다. 그의 아내와 서로 친구처럼 지내다보니 가끔 부부동반으로 어울릴
때가 있다. 그런데 그와 함께 하는 시간은 즐겁지가 않다. 왜냐하면 툭하면 자신의 아내를 깎아내리고 비난하
기 때문이다.
몇 일 전, 그의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무 속상해. 우리 남편은 왜 기회만 있으면 나를 깎아 내리려고 하는지 모르겠어. 한 번 만나서 따끔하게 얘
기좀 해줘."
그녀를 알아온 지 벌써 7년이 되었지만 난 그녀가 그 정도로 힘들게 사는 줄은 몰랐었다. 그는 우리를 만났을
때만 그러는 게 아니었다.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도 아내 얘기를 꺼낸다는 것이다.
"속 터진다니까."
"~~하는 걸 보면 한심해요."
이런 식이니 옆에 있는 아내는 얼마나 무안하겠는가.
작정하고 자리를 만들었다. 오늘 또 아내에게 핀잔 주고 함부로 대하면 꼭 한 마디 해줘야지, 하며 벼르고 있
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의 레파토리는 또 늘어졌다.
"왜 생각하는 게 그렇게 답답한지 모르겠어요. 속 터져요."
"........"
순간 분위기가 싸하게 얼어 붙는다. 그러면서 다들 한 마디씩 한다.
싹싹하고 생활력도 강하지, 성격은 좀 좋냐? 그런 여자랑 살면서도 뭐가 그리 불만이냐. 그렇게 아내를 무시
하고 비하하면 누구에게 좋으냐, 등등 참 많은 말들이 오갔다. 그는 이웃들의 반격에 잠시 주춤했지만 자신
이 뭐가 문제인지는 끝내 모르는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40분 정도 걸리는 길을 걷자고 했다. 남은 이야기들을 더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녀
는 그동안 감춰뒀던 얘기들을 쉼없이 털어 놓았다. 슬퍼하는 그녀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또 다시 그런 말 하면 맘에 드는 여자 골라와서 살아 보라고 해."
방법이 없잖은가? 시부모 오줌 똥 받아내며 봉양했고 온갖 궃은 일 마다 않고 돈을 벌고 있으며 매사를 긍정
적으로 생각하고 항상 환하게 웃는 아내, 남편 수입이 시원찮아도 자존심 긁지 않고 시집 식구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여자와 살면서도 그리 불평불만이 많으니.
아내(남편)가 다소 못나고 부족하더라도 귀하게 여기고 아껴주면 얼마나 좋을까. 아예 끝장낼 생각이 아니
라면 말이다. 나를 위해서도 그렇고 자녀들을 위해서도 그렇다. 건건이 트집 잡으며 나를 무시하는 남편을
떠받들 아내가 어딨겠는가. 또 아버지가 어머니(아버지)를 업수이 여기는 가정에서 자란 자식들이 무엇을 배
울 것이며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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