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 너무 슬퍼요."
평소보다 30분쯤 일찍 온 민지가 매우 어둡고 우울한 목소리로 자신의 상태를 알린다. 마음을 털어놓고 싶어
서둘러 온 모양이다.
'엄마가요~~'로 시작된 엄마에 대한 고발은 끝없이 이어진다. 민지는 어제 엄마가 자신에게 했던 말 때문에 몹
시 마음이 상해 있고 도저히 엄마를 용서할 수가 없다고 했다.
민지 엄마는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는 딸이 도무지 공부를 하지 않는 것 같아 늘 속이 터진다. 그렇다고 딱히 무
엇인가에 몰두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돈 열심히 벌어 뒷바라지 하면 다 잘될 줄 알고 대한민국 엄마들이 하는
것들은 모두 열심히 따라 했었지만 현재 민지의 현실은 엄마의 바람과는 한참이나 동떨어져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한심하고 중간도 못되는 성적도 한심하다. 아이가 공부에는 재능이 없나 보다,
공부 머리가 아닌가 보다, 하며 마음을 비워버리면 좋으련만 부모 마음이 어디 그런가. 그러다 보니 민지가 하
는 일에 일일이 간섭하게 되고 잔소리를 넘어 힐난하는 일이 잦다.
중간고사 볼 내용을 요약한 '핵심정리' 자료를 학교에 두고 온 것을 알게 된 민지 엄마는 그런 것들을 빠뜨리
고 오면 어떻게 하냐며 침 튀겨가며 일장 연설을 하였다. '내일도 안 가져오면 가만 안 둬'라는 경고로 마무리
를 했는데 민지는 또 깜빡했다.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난 민지 엄마는 딸에게 온갖 비난을 소나기 퍼붓듯 쏟
아냈다. 그리고 돌아서며 한 마디 덧붙였다.
"차라리 디져 버려라!"
민지는 그렇게 말하는 엄마가 미워 이렇게 꿍얼거렸다.
"공부 잘하는 딸을 낳지 왜 나같은 딸을 낳았어?"
민지는 하루 종일 엄마의 그 말이 귓전을 맴돌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물론 학생으로서 기본적인 것을 챙기지 않은 민지의 잘못이 크다. 하지만 꼭 이렇게 말해야 했을까? 이렇
게 자녀를 비난하고 거친 말로 상처를 안겨주면 아이가 크게 반성하고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할까?
벌과 용서, 어떻게 해야 할까? 교육의 대가이며 이태석신부님이 몸 담고 있던 살레시오수도회를 창설한 돈
보스코 성인의 말을 인용해 본다.
"꾸중을 할 때나 벌을 줄 때는 침착해야 하며 소리를 지를 필요가 없습니다."
아이들을 처벌하거나 꾸중을 할 때는 부모를 고생시켰거나 화를 나게 했기 때문에, 혹은 반항을 했기 때문
이 아니라 오직 그가 나쁘게 행동했기 때문이어야 한다. 아이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의도가 마치 부모의
복수나 화풀이처럼 느껴지게 해서는 안 된다.
돈보스코는 또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에게 창피 주는 것을 피하십시오."
때로는 단순하게 온정으로 대하는 것이 더 큰 효과가 있을 때도 있다. 아이의 잘못 때문에 화가 나더라도
감정이 식기를 기다려서 마음과 마음을 서로 맞대고 산책이나 마음을 화합시킬 수 있는 일이나 놀이를
하여 마음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돈보스코는 벌을 남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렇게 경계한다.
"벌을 남용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벌로 느끼게 해 주는 것이 자녀들에게는 벌이 됩니다. 또는 시선 하나
에도 자녀를 울릴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사랑스러운 눈길을 받지 못하는 것에 슬픔을 느
낍니다. 그러므로 고통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될 때 즉 자녀가 어떤 지시를 받고 그 설명을 듣고
도 알면서 위반했을 때와 실제로 나쁜 행위이고 보상이 요구되는 행위를 했을 때에는 벌할 필
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강제로 내려 누르는 것은 소용이 없습니다. 그건 부모의 위신만 떨어지게 할 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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