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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글 기고판

등에 칼 꽂았던 아버지를 어떻게 용서해?

by 오토(auto) 2012. 7. 2.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이렇게 자신을 감옥에 가두는 것이 아닐까?

 

 

아빠는 악마였습니다.

술 마신 날은 취했다며 가족들을 괴롭혔고 맨 정신일 땐  사사건건 트집 잡아 우리를 괴롭혔습니다.

집안에 있는 살림살이들은 남아 나는 게 없었고 가족들의 얼굴은 누구랄 것도 없이 한 밤중처럼 어두웠

습니다. 아빠와 함께 있는 걸 좋아하는 가족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빠의 매질과 폭행이 없는 날은 아빠

가 고기를 잡기 위해 배를 타고 나갔을 때 뿐이었습니다. 

 

힘센 사람부터 차례대로 집을 나갔습니다. 내 나이 세 살 때 엄마가 우리 곁을 떠났고 다음은 큰형이, 얼

마 후엔 열 살이던 작은 형까지 집을 나갔습니다. 집에는 나와 아빠만 남았습니다. 엄마와 형들이 떠나고

난 다음, 가족들에게 두루 분산되었던 아빠의 화풀이는 고스란히 내 몫이 되었습니다. 일곱 살 어린 내가

아빠의 모진 폭행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던 것입니다. 머리통이 터져 피가 흘러도 아빠의 매질은 그치지

않았고 아빠가 휘두른 나뭇가지에 할퀴어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비바람이 몹시 불던 어느 여름 날이었습니다. 그 날도 아빠는 술에 취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들어왔습

니다. 오늘은 또 무슨 트집으로 얻어 맞게 될 지 몰라 아빠 눈치만 살폈습니다. 어느 순간, 아빠의 눈이 먹

잇감을 앞에 둔 사자의 눈처럼 무섭게 빛났습니다.

"이 *새끼, 이리 와. 왜 나를 피하는 거야?"

이렇게 시작된 아빠의 매질은 한 시간이 되어도 멈추질 않았습니다. 그러더니 꺼지라고 했습니다. 잠시

가 있으라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집을 나가라는 말이었지요. 

 

갈 곳이 없었지만 아빠가 무서워 집을 나서는데 무엇인가가 등에 박혔고 숨이 끊어질 것 같은 통증이 몰려

니다. 그러고는 끝이었습니다. 깨어보니 병원이었습니다. 아빠는 등을 돌려 나가는 내 등에 칼을 던졌

고 칼을 맞은 나는 그대로 혼절했던 것입니다. 내 나이 일곱살 때의 일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아빠에게 폭행을 당하다 일곱 살 때 아빠가 던진 칼을 맞고 쓰러졌던 아이의

기를 아이의 입장에서 재구성해봤습니다.  

 

이렇게 아빠와의 인연을 끝낸 아이는 어느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그룹 홈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상처

로 점철된 어린 날의 기억들은 아이를 줄기차게 따라다니며 괴롭혔습니다. 아이는 점차 문제아가 되어

습니다. 자신보다 힘이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고 사람들과 어울릴 줄 모르며 온갖 못된 짓을 다 저질렀습니

다. 툭하면 사고를 쳤고 그룹 홈을 책임지고 있는 수사님은 수시로 학교에 불려 다녔습니다. 아이에게 필

요할 것 같은 상담도 여러 번 받아보고 별짓을 다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 그룹 홈이란 소수의 아이들을 데리고 가정집처럼 운영하는 고아원입니다. 

 

하지만 수사님은 이렇게 사고뭉치 아이를 끈덕진 사랑으로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아이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운동장에서 함께 뛰놀고 지치면 땅바닥에 나란히 누

저런 이야기들을 들려 주었습니다. 맛있는 것이 있으면 감춰 두었다가 다른 아이들 몰래 먹였습니다.

그 뿐아닙니다. 틈만 나면 사랑한다, 사랑한다, 일러 주었습니다. 꽁꽁 얼어 붙었던 아이의 마음

님의 한결같은 랑 앞에 차츰 녹아내렸습니다. 아이는 무사히 중학교를 졸업하였고 고등학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어느 가을 날, 수사님이 아이를 불렀습니다.

"○○야, 만약에 아빠가 돌아가셨다면 어떻게 할래?"

아빠 얘기가 나오자 아이는 다시 어린 날의 상처가 떠올랐던지 소스라쳤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단언했

습니다.

"우리 아빠는 안 죽어요. 우리 아빠는 힘이 세요." 

아이의 뇌리에는 아빠를 당해낼 사람은 아무도 없고 아빠는 죽지도 않을 만큼 강하다는 생각이 깊이 박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도 사람이니까 죽을 수 있잖아?"

"아니예요. 아빠는 안 죽을 거예요."

수사님은 거세게 도리질하는 아이에게 고향에서 날아 온 소식을 전했습니다. 아이의 아빠가 고기를

나갔다가 풍랑에 휩쓸려 사망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빠의 소식을 전해들은 아이는 오열했습니다. 

빠와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회한이 밀려왔습니다. 죽이고 싶도록 미웠던 아빠였지만 한 번

아빠를 찾아보지 않았던 자신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사랑이 답입니다. 그 아이의 상처를 아물게 해 준 것도 사랑이었고 뒤늦게나마 아빠를 용서할 수 있었

던 힘도 수사님으로부터 받았던 사랑에서 나왔습니다. 스물 한 살이 된 그 아이는 지금 렵게 찾은 엄

마와 함께 조그마한 휴대폰 가게를 운영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